20250104) 프로젝트에 대한 인수인계, 개발문서의 중요성을 깨달은 회고
2024년 말부터 제대로 일복이 터지면서 2025년 초까지 나를 힘들게 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회고이다. 해당 기간동안 살면서 처음으로 "스트레스성 위염"을 겪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나에게 맞는 스트레스 관리법과 멘탈 강화에 대한 방법을 찾고 실행해볼 예정이다.
발단은 직장 상사(이하 A 상사)분의 퇴사였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SI 기업으로 고객사의 웹사이트를 구축, 유지보수 업무가 주인 기업이다. A 상사는 특정 웹사이트의 추가 기능개발을 혼자서 담당하고 계셨다. A 상사가 퇴사하면서 회사에서는 신입(B 사원)과 경력직(C 사원) 총 두명을 채용하였다. A 상사의 업무는 B 사원과 C 사원이 인수인계를 받았고 담당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A 상사가 퇴사한 후 순조롭게 시간이 흘러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C 사원의 업무처리 능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인지 2개월치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C 사원은 면담 후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A 상사가 맡았던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내가 되었다. 여기서 문제는 나는 해당 업무에 대한 진행상황이나 프로젝트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WBS와 프로젝트 초기에 작성된 기능 정의서 정도가 끝이었다. 하지만 내가 모른다고 해서 시간이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기에 대략적으로 B 사원을 통해 전체 진행도에 대한 내용을 전해듣고 기능 개발을 우선하여 업무를 진행하였다. 소스코드에 대한 분석은 내 능력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프로젝트에 대한 관리 및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자 이번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못하기에 대략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택배회사에 배달원으로 취직했다고 생각해보자. 지금 상황은 내가 A 상사가 빠진 지역에 B 사원과 함께 담당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럼 일반적으로 "택배 회사"의 주 업무는 택배를 안전하게 수령장소까지 배달하는 것이 주된 업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배정된 지역도 마찬가지로 주문한 택배를 안전하게 수령장소까지 전달 후 배달완료 문자를 보냈더니 갑자기 손님이 "제가 시킨건 의자인데 왠 택배상자만 왔어요." 라고 컴플레인을 건 상황이다. 그럼 내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소린가 하겠지만 거긴 원래 그런 지역이었던 것이다. 해당 지역은 다른 지역과 달리 배달을 하면 배달 후 조립해서 집 안까지 넣어줘야하는 특별지역이었는데 아무도 이걸 아는사람도 없었고 그렇기에 알려준 사람도 없던 상황이었다.
아마 위 예시를 통해 어떻게 대략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는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돌아와서 나는 기능개발에 대한 업무를 마친 뒤 고객사에서 배포만 진행하였고 고객사에서는 데이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계속 컴플레인을 건 것이다. 추가로 기능개발의 80% 는 A 상사가 진행한 상태였고 난 남은 20%에 한해서 개발을 진행한 상황인데 기능에서 조차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누군가는 A 상사가 개발한 기능에 대해서도 배포 전 테스트를 하지않은 본인 잘못 아니냐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상황에서 성능적으로 이슈가 있을진 몰라도 동작에 문제가 있다고 의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직장동료가 진행한 업무의 완성도를 의심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럴꺼면 혼자서 일을 하는게 낫지, 협업에 대한 기본 전제가 틀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처음겪는 고객사의 컴플레인에 담당자는 나인 상태에서 회사에서는 빠르게 해결하라하고 고객사에서는 컴플레인이 계속 들어오고 나는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계속되는 압박에 생각보다 약했던 멘탈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내 잘못인가 하는 자책부터 내가 한 일도 아닌데 나한테 어떻게 책임질거냐고 물어보는 상황에 대한 억울함 등이 계속 쌓였던 것 같다. 그렇게 거의 두 달 가까이 고객사와 본사를 오며가며 수정작업을 진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계속되는 컴플레인에 본사 대표님께도 거하게 혼났다. 그렇게 두 달 동안 계속된 작업이 끝나갈 때 쯤 고객사에서 딱 한마디를 던졌었다. "A 상사가 할 때는 데이터도 다 같이 전달했었어요." 이 한 문장이 지금까지 계속된 의문과 억울함을 한번에 날리는 문장이었다. 그 동안 우리가 기능 개발을 다 해줬는데 왜 사용하지 않는가 부터 도대체 뭘 원하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쌓여만 가다가 이 문장 하나에 모든 의문이 해소되었다. 그렇다 그냥 A부터 Z 까지 효도관광코스마냥 모든걸 우리가 다 해줘야 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나서 부터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깨달았고 어떻게 해결해야하고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알게되었다. 그와 동시에 마음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이번일로 깨달은 것은 두가지였다. 우선 멘탈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되었다. 나름대로 멘탈이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불과 한달만에 무너지고 몸에 이상이 생긴것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나 자신을 조금더 강하게 키우고 단단하게 만드는데 꽤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두번째로는 개발 문서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되었다. 나조차도 개발문서 또는 프로젝트 정리 문서를 만드는데 큰 시간을 들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정확하고 상세한 개발 문서가 있을 때 효율은 극대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프로젝트의 목적과 특이사항, 구조 등에 대해 작성된 문서를 작성하는 습관을 들여 이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해야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게 되었다.